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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지역주택조합에 납입금 반환 소송을 제기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해당 지역주택조합의 법적 성격, 즉 단체성이 인정되는지입니다. 문제되는 지역주택조합의 단체성이 인정되어야 조합이라는 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해당 지역주택조합의 단체성이 부정된다면, 해당 소송은 본안 판단을 받아보지도 못한 채 본안 전 단계에서 각하판결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하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판례의 입장 및 취할 수 있는 소송상 대응 방안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II. 판례의 입장

1. 대법원 판례 및 하급심 판결의 내용

. 비법인 사단의 의미

대법원 판결 (2019278433)에서는 “사단이라 함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조직된 다수인의 결합체로서 대외적으로 사단을 대표할 기관에 관한 정함이 있는 단체”라고 하여, ‘다수인의 결합체’ 및 ‘대표기관의 존재’를 성립 요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 비법인사단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

대법원 판결 (9720908)에서는 “사단이 성립하려면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는 조직행위가 있어야 하는바, 만일 어떤 단체가 외형상 목적, 명칭, 사무소 및 대표자를 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사단의 실체를 인정할 만한 조직, 그 재정적 기초, 총회의 운영, 재산의 관리 기타 단체로서의 활동에 관한 입증이 없다면 이를 법인이 아닌 사단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비법인사단인지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비법인사단성을 판단하는 법원

법원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넘겨버릴 수도 있는 '비법인사단성', 그 자체를 주요 쟁점으로 다루기도 합니다.

   부산지방법원
2019. 5. 23. 선고 2018구합24170 판결은 비법인사단성을 부정하는 대표적인 판결입니다. 법원은 해당 단체가 어떤 절차를 거쳐 설립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점, 조합규약 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마련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 구성원들의 의사 합치에 기한 조직행위가 있었다거나 실제로 조직이 구성되어 운영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점 등 조직, 운영, 관리 및 활동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비법인사단성을 부정하였습니다.

 

반면 대법원 1998. 6. 26. 선고 972801 판결은 비법인사단성을 인정한 판결입니다. 판결에 따르면, 참가인조합의 정관 부칙에서 정관이 설립인가 이후에 시행될 것을 정하고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해당 정관이 설립인가 이전에 존재하는 비법인 사단의 규약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 규약이 없다는 이유로 비법인사단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비법인사단성을 긍정하였습니다.

 

2. 판결의 경향

지역주택조합의 단체성이 문제되는 상황은 조합설립인가 이전 또는 창립총회 이전 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역주택조합이 주택조합설립인가가 이루어지기 전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더라도, 관청에 조합원 모집신고가 이루어진 이후라면, 대표자가 있어 추진위원회의 업무가 해당 대표자를 통해 이뤄지는 등 실질적으로 지역주택조합으로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법원은 이 점을 근거로 대부분 해당 조합 내지 추진위원회의 비법인사단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비법인사단성을 인정한 이후에는 본안 판단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취소 또는 조합원 지위상실, 탈퇴 등의 쟁점에 대해 이어서 판단합니다.

 

법원이 만약 비법인사단성을 부정하여 본안 전 단계에서 각하판결을 내리고자 할 경우, 기본적으로 당사자능력 존부에 관한 판단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라는 전제하에, 앞서 대법원 9720908 판결에서 언급한 비법인사단 여부 판단기준에 해당 케이스가 부합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게 됩니다.

 

위 부산지방법원 2018구합24170 판결이 대표적인데, 조합 또는 추진위원회가 어떠한 경과를 거쳐 설립되었는지, 설립 당시 구성원이 누구인지 등 설립 과정 자체가 지역주택조합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 것인지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조합 또는 추진위원회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정관, 조합규약 등 조직을 운영하는 각종 자치법규의 작성에 관해 총회 의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도 체크하면서, ‘지역주택조합을 설립 및 운영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인지를 중요한 판단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앞서 비법인사단성을 인정하는 경우에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기 위한 사단 구성원들의 의사의 합치, 합의나 동의라는 조직행위가 있고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조직이 운영되는지를 검토하면서, 실체적 측면과 관련하여 조합 또는 추진위원회의 운영 실태를 확인하였습니다.

 

, 비법인사단성이 소송에서 실제로 문제될 경우, 사단의 실체를 인정할 만한 조직, 그 재정적 기초, 총회의 운영, 재산의 관리 기타 단체로서의 활동에 관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앞선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기반하여 위 사항의 증명이 충실히 이루어져야 법원에서 해당 조합 내지 추진위원회의 비법인사단성이 인정될 수 있겠다 하겠습니다.

 

III. 소송상 대응 방안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이 무효 또는 취소임을 근거로 납입금을 반환받고자 조합원이 소를 제기하는 경우, 추진위원회 측에서 ‘우리는 비법인사단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추진위원회에서 위와 같이 주장한다면, 가장 먼저 어떠한 절차를 거쳐 해당 추진위원회라는 단체가 만들어진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①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하는 조직행위가 있었는지, ② 추진위원회의 명의로 토지를 취득하였는지(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택법 제11조에 따라 사업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여야 합니다)를 사업부지 토지 등기부, 토지대장 등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추진위원회 측에서 ‘추진위원회라는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하고 싶다면 추진위원회 명의로 어떠한 활동도 진행하지 않았어야 할 것이므로, 만약 사업부지에 대해 추진위원회가 소유권을 확보한 것이 있다면 추진위원회 명의를 소유권자로서 등기부에 기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추진위원회가 추진위원회 이름으로 고유번호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소송 진행 과정에서 문서제출명령 등을 통해 과세기관으로부터 과세정보를 제출받아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인정할 만한 증거로 제시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위와 같이 추진위원회 명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추진위원회 명의로 조합원과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조합원으로부터 분담금을 납입받기 위해 업무대행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여 분담금을 납부받도록 할 수도 없습니다. 만약 추진위원회가 자신의 이름으로 조합원과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조합원에게 업무대행사 계좌로 분담금을 납부하도록 종용하였다면, 그 행위는 전혀 관련 없는 자가 조합원으로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해 기망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 자체가 민법 제110조의 ‘사기에 의한 취소’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 경우, 추진위원장을 비롯한 추진위원회 관련자들에 대해서 추가로 사기죄 고소 등 형사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까지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추진위원회가 비법인사단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법인사단에 해당한다는 점이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원고(무효, 취소를 주장하는 조합원)에게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는 등으로 법원이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입증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추진위원회 측에서 비법인사단임을 부인한다면, 위와 같이 비법인사단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했다는 점을 주장하여 추진위원회가 비법인사단이라는 점을 강력히 주장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추진위원회 측에서 자신은 비법인사단이 아니라 민법상 조합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민법상 조합은 조합의 재산에 관하여 민법 제271조에 따라 총유(비법인사단의 소유 형태)가 아닌 합유를 하게 되므로, 등기부에 합유자 전원의 명의(합유지분 포함)가 등재되어야 할 것이고, 추진위원장이 아니라 업무집행조합원이 별도로 선임되어 있어야 할 것이므로, 민법상 조합이라면 마땅히 존재하여야 할 것들을 갖추지 못한 추진위원회가 민법상 조합이라고 자신들의 법적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소송을 당장 회피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는 점을 재판부에 강력히 어필해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추진위원회의 설립 관련 자료의 충실한 제시, 추진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 취지 관련 근거의 보충, 추진위원회 측의 논리적 오류에 대한 지적 등이 유용한 소송적 대응 방안이 될 수 있겠습니다.

 

IV. 결어
   대부분의 하급심 판결에서는 조합 또는 추진위원회가 비법인사단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이 점이 인정된다는 전제하에 조합가입계약에 무효 또는 취소사유가 있는지,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였는지 등에 관해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사자 입장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방심하고 넘어갈 수 있겠으나, 위와 같이 소송이라는 것은 항상 사안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